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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일찍 잠자리에 들길 잘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둘째에게 전화가 많이 왔었다. 가족 카톡방에 오빠와 연락이 되냐는 글이 있다. 계엄 소식을 듣고 군에 간 오빠 걱정에 올린 글이다. 같이 있을 때 서로 데면데면하게 지내는 것처럼 보였는데 비상 상황이 되니 먼저 오빠를 생각하는 모습이 대견하다. 너무 걱정하진 말자고 대한민국은 그렇게 허술한 나라가 아니라는 답글을 올렸다.
1984도 1994도 아니다. 2004도 2014도 아닌 2024년이다. 주말에 5월에 입대한 아들에게 첫 번째 면회를 가기로 했는데 취소될까 걱정이다. 종북 반국가 세력 척결을 떠드는 대통령에게 미쳤다는 말밖에 따로 할 말이 없다. 저자들의 분류법으로 탄핵을 적극 찬성하는 민주노총 소속 전교조 조합원인 나는 종북 반국가 세력일 것이다. 윤석열이 일거에 척결하려는 대상인 셈이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 계엄을 선포합니다.
저는 이 비상 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습니다. 이는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척결을 찾아보니 살을 발라내고 뼈를 긁어내는 것이라고 나온다. 88년쯤엔 많이 쓰던 말인데 뜻을 이렇게 새겨본 적은 없다. 처단 노태우 박살 민자당을 외치던 시절 대학을 다닌 내게는 그다지 낯선 말이 아니지만 요즘 아이들에겐 어떻게 들릴까 궁금하다. 1979년 이후에 처음 선포된 계엄이라고 한다. 그런데 고작 아내에게만 충실하고자 하는 주정뱅이가 법적 절차도 지키지 않고 내린 것이라니 어이가 없다.
부당하고 위법한 명령을 따르는 것도 범죄다. 현장에 투입된 계엄군이 80년 오월처럼 무도하거나 멍청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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