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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양화편 19장, 20장

글: 논어일기 2025.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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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曰: "予欲無言." 子貢曰: "子如不言, 則小子何述焉?" 子曰: "天何言哉? 四時行焉, 百物生焉, 天何言哉?"

자왈: "여욕무언." 자공왈: "자여불언, 즉소자하술언?" 자왈: "천하언재? 사시행언, 백물생언, 천하언재?"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자공이 말했다: "선생님께서 말씀을 하지 않으시면, 저희 후학들이 무엇을 전술(傳述)하겠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더냐? 사계절이 운행되고, 온갖 만물이 생겨나건만,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더냐?"

이것은 아마도 공자가 죽기 전 최후의 심경을 기록한 것일 겁니다. '선진'의 제자 중, 공자의 최후를 지킨 사람은 오직 자공뿐이었죠. 공자는 이미 무언의 경지에 이르러 있었습니다. 

군자(君子)가 후학들에게 전해야 할 것은 말로 꾸며낸 지식이 아니라, 하늘의 운행처럼 변함없고 일관성 있는 덕행과 실천을 통해 보여주는 삶 그 자체라는 것입니다. 즉, 말재주를 부리기보다 묵묵히 본분을 지키고 도를 실천하는 것이 가장 강력하고 진정한 가르침이 됩니다.

孺悲欲見孔子 孔子辭以疾 將命者出戶 取瑟而歌 使之聞之

유비욕견공자 공자사이질 장명자출호 취슬이가 사지문지

유비(孺悲)가 공자를 뵙고자 하였다. 공자께서 병(疾)을 핑계로 사양하셨다. 명을 전하는 사람(시자)이 문을 나서자, 거문고(瑟)를 타며 노래를 부르셨다. 밖에 있는 유비가 그것을 듣게 하셨다.

유비라는 인물은 <사기>의 [열전]과 <공자가어>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예기>에 그 이름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공자에게 예를 배웠던 사람인 듯한데, 유비는 공자에게 무엇인가 큰 잘못을 저질렀나 봅니다. 공자는 유비가 뜰을 나가기 전에 거문고를 연주하면서 크게 노래를 불렀죠. 목적은 유비를 교육하는 데 있었겠지만, 이렇게 해야 공자의 마음에도 앙금이 남지 않았던 겁니다.

공자는 상대방의 잘못된 품행이나 도의에 어긋난 방문 의도를 직접적으로 비난하지 않고, 음악(예악)이라는 고상한 수단과 행동을 통해 자신의 뜻을 분명히 표현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거절이 아니라, 덕(德)을 갖춘 군자의 품격을 유지하며 상대방에게도 무언가 깨달음을 주려는 고도의 교화 방식이었다고 해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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