十一. 子夏曰: “大德不踰閑, 小德出入可也.”
자하왈: “대덕불유한, 소덕출입가야.”
자하가 말하였다. "큰 덕(大德)은 울타리를 넘어가지 않아야 하지만, 작은 덕(小德)은 (울타리를) 드나드는 것이 괜찮다."
✨ 해설: 큰 덕과 작은 덕의 기준 (원칙과 융통성)
이 장은 **자하(子夏)**가 군자가 지켜야 할 도덕적 원칙에 있어 큰 기준과 작은 허용 범위를 설정하여 융통성을 강조한 내용입니다.
- 大德不踰閑 (대덕불유한): **큰 덕(大德)**은 인(仁), 의(義), 효(孝)와 같은 인간의 근본 도리, 즉 핵심적인 도덕 원칙을 의미합니다. **閑(한)**은 울타리, 즉 규범과 법도의 경계를 뜻합니다. 근본 도덕은 어떤 상황에서도 **넘어서는 안 된다(不踰)**는 확고한 원칙을 제시합니다.
- 小德出入可也 (소덕출입가야): **작은 덕(小德)**은 예절이나 생활 습관처럼 사소한 규범이나 관습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사소한 부분은 시대나 상황에 따라 약간의 출입, 즉 융통성을 발휘해도 괜찮습니다.
이 가르침은 군자가 도덕적 완벽주의에 갇혀 경직되는 것을 경계하고, 큰 원칙을 지키는 한도 내에서는 현실적인 융통성을 허용해야 한다는 실용적인 태도를 보여줍니다. (참고: 이 구절은 자장편 9장과 내용이 일치하여, 판본에 따라 9장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十二. 子游曰: “子夏之門人小子, 當洒掃應對進退則可矣, 抑末也. 本之則無, 如之何?”
자유왈: “자하지문인소자, 당쇄소응대진퇴즉가의, 억말야. 본지즉무, 여지하?”
자유가 말하였다. "자하의 문하생들은 마땅히 물 뿌리고 쓸고(洒掃), 응하고 대답하며(應對), 나아가고 물러나는(進退) 일은 잘하니 괜찮지만, 그것은 말단(末)일 뿐이다. 근본(本)에 있어서는 없으니, 이를 어찌해야 하는가?"
子夏聞之曰: “噫! 言游過矣! 君子之道, 孰先傳焉? 孰後倦焉? 譬諸草木, 區以別矣. 君子之道, 焉可誣也? 有始有卒者, 其惟聖人乎!”
자하문지왈: “희! 언유과의! 군자지도, 숙선전언? 숙후권언? 비저초목, 구이별의. 군자지도, 언가무야? 유시유졸자, 기유성인호!”
자하가 이 말을 듣고 말하였다. "아아! 유(자유)의 말이 지나치구나! 군자의 도를 가르침에 어느 것을 먼저 전하고 어느 것을 뒤에 전하여 게을리 하겠는가? 비유컨대 초목과 같으니, (성장이) 구역별로 구별될 뿐이다. 군자의 도를 어찌 함부로 말할 수 있겠는가? 시작도 있고 마침도 있는 사람은 오직 성인뿐일 것이다!"
✨ 해설: 근본(本)과 말단(末)의 조화 (학문의 본질)
이 장은 공자의 제자 **자유(子游)**가 동료 제자인 **자하(子夏)**의 교육 방식에 대해 비판하자, 자하가 반론하며 학문과 성장의 본질을 논한 내용입니다.
- 자유의 비판: 자하의 제자들이 **일상생활의 예절(末, 洒掃應對進退)**은 잘하지만, **근본적인 덕(本)**이 부족한 것은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 자하의 반론 (초목의 비유): * 자하는 군자의 도를 가르침에 순서와 중요도를 임의로 정하여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반박합니다. * 학문의 성장을 초목의 성장에 비유하며, **'구역별로 구별될 뿐(區以別矣)'**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예절과 같은 말단적 지식도 근본을 이루는 데 필수적인 한 과정이며, 각 단계가 나름의 가치와 시기가 있음을 뜻합니다. * '시작도 있고 마침도 있는 사람(有始有卒者)'은 오직 성인뿐이라고 하여, 일반 제자들에게는 완전한 조화를 한 번에 요구할 수 없음을 간접적으로 밝힙니다.
이 대화는 공문 내에서도 **학문의 접근 방식 (실질/근본을 우선시하는 자유 vs. 점진적/단계적 실천을 중시하는 자하)**에 대한 학파 간의 견해차를 보여주는 동시에, 모든 배움의 단계가 소중하다는 교육적 관점을 제시합니다.
十三. 子夏曰: “仕而優則學, 學而優則仕.”
자하왈: “사이우즉학, 학이우즉사.”
자하가 말하였다. "벼슬하여 여유가 있으면 배움을 하고, 배워서 여유가 있으면 벼슬을 한다."
✨ 해설: 배움(學)과 벼슬(仕)의 순환과 상호 보완
이 장은 **자하(子夏)**가 학문 수양과 현실 정치 참여를 별개의 것으로 보지 않고, 서로 순환하며 완성하는 과정으로 정의한 구절입니다. 이는 군자가 현실과 이상을 오가며 도를 실천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 仕而優則學 (사이우즉학): **벼슬(仕)**을 하여 직무를 수행하다가 **여유(優)**가 생기면, 세상 경험을 통해 깨달은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다시 **학문(學)**에 힘써야 합니다. 이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발전시켜야 함을 의미합니다.
- 學而優則仕 (학이우즉사): **학문(學)**을 통해 도(道)와 덕을 깊이 깨달아 **충분한 실력이나 여유(優)**를 갖추게 되면, 다시 **벼슬(仕)**에 나아가 자신이 배운 바를 세상에 펼치고 백성을 다스려야 합니다. 이는 이론을 실천으로 옮겨 이상을 현실화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 가르침은 군자가 지식 습득과 사회 기여 사이의 균형을 잡고, 어느 한쪽에 멈추지 않고 평생 동안 성장에 전념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十四. 子游曰: “喪, 致乎哀而止.”
자유왈: “상, 치호애이지.”
자유가 말하였다. "장례(喪)는 슬픔을 극진히(致) 하는 데서 그쳐야(止) 한다."
✨ 해설: 장례(喪禮)의 본질 (형식보다 진심)
이 장은 **자유(子游)**가 유교의 중요한 예(禮) 중 하나인 **상례(喪, 장례)**의 진정한 의미와 한계를 명확히 제시한 구절입니다. 이는 장례의 **겉모습(형식)보다 내면의 진심(슬픔)**이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 喪 (상): 부모나 윗사람의 상을 치르는 예식, 즉 장례를 말합니다.
- 致乎哀而止 (치호애이지): 장례의 목적은 **슬픔(哀)**이라는 진정한 감정을 극진히 다하는(致) 데 있으며, 그 목적을 달성했다면 거기서 **멈춰야 한다(止)**는 뜻입니다.
핵심 의미:
슬픔의 극진함: 형식적인 복식이나 복잡한 절차 자체에 매몰되지 말고, 망자에 대한 진정한 슬픔을 표현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멈춤의 중요성: 슬픔의 감정을 극진히 다했다면, 지나치게 예법을 따지거나 체면을 위해 형식을 과장할 필요가 없으며,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 삶을 이어가야 한다는 현실적인 의미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자유의 이 말은 형식보다는 예(禮)의 근본 정신을 중시하는 그의 교육관을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