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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와 잡담

학살자 전두환이 죽었다

글: 논어일기 2021.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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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말로 시간은 크로노스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티탄 신인 크로노스처럼 시간은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드디어 마침내 전두환이 죽었다. 욕을 먹으면 오래 산다더니 꽤나 오래 살았다. 그가 저지른 죄를 생각하면 벌써 천벌을 받았어야 마땅한데 무려 90까지 살았다. 이것은 인간이 저지른 선악에 따라 복과 화를 내리는 신은 없다는 증거다.

89년 대학에 들어가 광주 민주화 항쟁 영상을 처음으로 보았을 때 충격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너무나 비현실적이라 마치 영화처럼 보이기도 했다. 해마다 5월이면 대학가는 최루탄과 화염병이 오가는 전쟁터가 되었다. 이른바 가투에서 죽고 다친 이들도 셀 수 없이 많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군부독재에 맞서 싸우느라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어떤 이는 감옥에 갇혀 인생을 망치고 말았다. 전두환 일당이 아니었다면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훨씬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을 것이다.

대부분 사람은 죽을 때가 되면 삶을 되돌아보고 반성을 하기도 한다는데 역시 전두환은 전두환이다. 반성은커녕 오리발만 내밀다가 갔다. 이런 작자에게 조문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얼빠진 인간들이 있다.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은 날이다. 일전에 동생인 전경환이 죽었을 때 전두환이 죽으면 친구들에게 술 한잔 산다고 했다. 주중이라 친구를 만나기는 어렵고 혼자서 조촐하게 자축해야겠다.

윤석열은 전직 대통령이니 조문 가겠다더니 2시간 지나고 번복했다고 한다. 그가 광주에서 했던 사과가 마음에서 우러나온 사과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반란군 수괴에게 아직까지 전직 대통령 예우 어쩌고 떠드는 사람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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