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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와 잡담

멸공의 추억

글: 논어일기 2022.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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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수업 풍경.

반장이 일어나서 '차렷! 경례'를 외치면 다 같이 '멸공!'을 외쳤다. 3학년 어느 날인가 국어 선생님께서 갑자기 '멸공'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나도 몰랐지만 상당히 많은 친구가 몰랐다. '공산당을 멸하자'는 뜻풀이를 듣고 나서도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반공, 멸공'의 시대였다. '안녕'이라는 인사말과 같아서 굳이 뜻을 알 필요도 없었다. 어떤 건물에는 커다랗게 '무찌르자 공산당 때려잡자 김일성'이 쓰여 있기도 했다. 고등학교 가서 수업 시간에 '안녕하세요'라는 인사가 처음엔 어색했다.

공산당을 박멸하자!

찾아보니 정용진은 나보다 한 살이 많다. 팔자가 좋아서 아주 좋은 학교만 다녔을 터인데 그래도 멸공을 피하기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군대는 다녀왔나 궁금하다. '멸공의 횃불'이란 군가가 있는데 불러 보았을까? 멸공의 횃불 아래 목숨을 건다로 끝난다. 그가 왜 갑자기 멸공을 외치는지는 모르겠고 관심도 없다. 그런데 윤석열이 이마트 가서 멸치와 콩을 샀으니 '멸공'에 동조하는 것이라는 기사가 있다. 참 기자 노릇도 힘들겠다.

'멸공'이 그렇게 좋다면 집에서 가족끼리 인사로 나누는 것은 어떨까 싶다. 사실 '멸()'자는 좋은 뜻으로 쓰기 어려운 글자다. 요즘 같은 대선 국면에선 멸공보다는 멸사봉공을 외치는 것은 어떨까? 하지만 잘못하면 친일파란 소릴 들을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이 '멸사봉공'? 뜻이나 알고 쓰나

<조선일보>도 <표준국어대사전>도 모르는 '멸사봉공'의 뜻

www.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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