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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와 잡담

김히어라와 이균용

글: 논어일기 2023.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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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사는 원주가 안 좋은 일로 뉴스에 등장할 때가 잦다. 학폭 논란에 휩싸인 배우 김히어라가 원주 출신임을 알게 되었다. 상지여중은 아주 오래된 학교다. 빅상지라는 일진 모임에 들었던 모양인데 그를 비난하거나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철없던 중학생 시절이었어도 잘못이 있다면 그에 걸맞은 벌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공소시효도 끝났을 일이 이렇게 다시 불거지는 것은 김히어라가 떴다는 증거일 것이다.

대법원장 후보자 이균용이 있다. 뉴스는 범법 행위를 전하고 있다. 그가 내린 이상한 판결을 알리는 기사도 여럿이다. 그런데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법을 지키지 않는 대법원장 후보자라니 이런 코미디가 없다. 도대체 이 정권엔 왜 이런 사람들만 넘쳐나는가 궁금하다. 그래도 몇몇은 양심을 가진 인사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김히어라에게 쏟아지는 관심의 반만큼이라도 이균용에게 관심을 쏟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을 어긴 일이 있으면 절대로 대법원장이 될 수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삶을 살고도 당당하게 후보자로 나서는 자신감의 근거가 궁금하다. 나라면 부끄러워서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갑자기 김수영 선생님 시가 떠올랐다. 교과서에도 실렸으니 많은 사람이 아는 시일 것이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08106.html

 

이균용, 소득 3억5천 아들 해외재산 신고 누락…법 위반

비상장주식 신고 누락 이어 자녀 재산 신고 안 해

www.hani.co.kr

 

어느 날 고궁(古宮)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王宮)의 음탕 대신에
오십(五十)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越南)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二十)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사십야전병원(第四十野戰病院)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 서 있다 절정(絶頂)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二十) 원 때문에 십(十) 원 때문에 일(一) 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일(一) 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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