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미와 잡담

조국은 하나다

글: 논어일기 2024. 3. 29.
반응형

옛날 사진을 정리하다가 만났다. 대학 시절 보던 책을 찍어 둔 사진이다. 정보를 보니 2013년 6월 27일에 찍었다. 정작 저 책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옛날 블로그에 6월 항쟁을 생각하며 글을 쓰다가 곁들이려고 찍은 듯하다.

오늘은 요즘 새로 만들어진 조국혁신당 때문에 눈길이 간다. 이전에 나는 조국을 지지하지 않았다. 뭐 지금도 딱히 지지하지는 않는다. 그를 진보로 분류하는 것도 마땅치 않다. 하지만 조금 안쓰럽기는 하다. 매력도 눈에 띈다. 아무튼 건투를 빈다. 

나는 '조국'하면 조국 교수가 아니라 김남주 시인이 생각나는 사람이다. '조국'이란 말을 듣기만 해도 까닭 모르게 가슴이 더워지던 때가 있었다. 89년 전대협 의장은 임종석이었고 임수경은 평양에서 열린 청년학생 축전에 참가하여 통일의 꽃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통일은 오지 않았다. '조국 통일'은 고사하고 대한민국마저 둘로 갈라진 느낌이다.

조국은 하나라고 외치는 투쟁가도 있었다. 심지어 군대에서도 조국이란 말은 넘쳐나던 시대를 살았다.  김남주 시인의 '조국은 하나다'를 옮겨 놓는다. 

 

“조국은 하나다”

이것이 나의 슬로건이다

꿈속에서가 아니라 이제는 생시에

남모르게 아니라 이제는 공공연하게

“조국은 하나다”

권력의 눈앞에서

양키 점령군의 총구 앞에서

자본가 개들의 이빨 앞에서

“조국은 하나다”

이것이 나의 슬로건이다



나는 이제 쓰리라

사람들이 오가는 모든 길 위에

조국은 하나다라고

오르막길 위에도 내리막길 위에도 쓰리라

사나운 파도의 뱃길 위에도 쓰고

바위도 험한 산길 위에도 쓰리라

끊어진 남과 북의 철길 위에도 쓰리라

조국은 하나다라고



나는 이제 쓰리라

인간의 눈이 닿는 모든 사물 위에

조국은 하나다라고

눈을 뜨면 아침에 맨 처음 보게 되는 천장 위에 쓰리라

만인의 입으로 들어오는 밥 위에 쓰리라

쌀밥 위에도 보리밥 위에도 쓰리라

나는 또한 쓰리라

인간이 쓰는 모든 말 위에

조국은 하나다라고

탄생의 말 응아 위에 쓰리라 갓난아이가

어머니로부터 배우는 최초의 말 위에 쓰리라

저주의 말 위선의 말 공갈협박의 말…

신과 부자들의 말 위에도 쓰리라

악마가 남긴 최후의 유언장 위에도 쓰리라

조국은 하나다라고



나는 또한 쓰리라

인간이 세워 놓은 모든 벽 위에

조국은 하나다라고

남인지 북인지 분간 못하는 바보의 벽 위에

남도 아니고 북도 아니고

좌충우돌하다가 내빼는 망명의 벽 위에

자기기만이고 자기 환상일 뿐

있지도 않은 제3의 벽 위에

체념의 벽 의문의 벽 거부의 벽 위에 쓰리라

조국은 하나다라고



순사들이 순라를 돌고

도둑이 넘다 떨어져 죽은 부자들의 담 위에도 쓰리라

실바람만 불어도 넘어지는 가난의 벽 위에도 쓰리라

가난의 벽과 부의 벽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갈보질도 좀 하고 뚜장이질도 좀 하고 

그래 돈도 좀 벌고 그래 이름 좀 팔리는 중도좌파의 벽 위에도 쓰리라

조국은 하나라고

나는 또한 쓰리라

노동과 투쟁의 손이 미치는 모든 연장 위에

조국은 하나다라고

목을 베기에 안성맞춤인 ㄱ자형의 낫 위에 쓰리라

등을 찍어 내리기에 안성맞춤인 곡팽이 위에 쓰리라

배를 쑤시기에 안성맞춤인 죽창 위에 쓰리라

마빡을 까기에 안성맞춤인 도끼 위에 쓰리라

아메리카 카우보이와 자본가의 국경인 삼팔선 위에도 쓰리라

조국은 하나다라고



대문짝만하게 손바닥만한 종이 위에도 쓰리라

조국은 하나다라고

오색종이 위에도 쓰리라 축복처럼

만인의 머리 위에 내리는 눈송이 위에도 쓰리라조국은 하나다라고

바다에 가서도 쓰리라 모래 위에

파도가 와서 지워버리면 나는

산에 가서 쓰리라 바위 위에

세월이 와서 긁어 버리면 나는

수를 놓으리라 가슴에 내 가슴에

아무리 사나운 자연의 폭력도

아무리 사나운 인간의 폭력도

지워 버릴 수 없게 긁어 버릴 수 없게

가슴에 내 가슴에 수를 놓으리라

누이의 붉은 마음의 실로

조국은 하나다라고



그리고 나는 내걸리라 마침내

지상에 깃대를 세워 하늘에 내걸리라

나의 슬로건 “조국은 하나다”를

키가 장대 같다는 양키들의 손가락 끝도

언제고 끝내는 부자들의 편이었다는 신의 입김도 감히 범접을 못하는 하늘 높이에

최후의 깃발처럼 내걸리라

자유를 사랑하고 민족의 해방을 꿈꾸는

식민지 모든 인민이 우러러 볼 수 있도록

겨레의 슬로건 “조국은 하나다”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