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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투표를 하려고 동네 초등학교로 갔는데 뭔가 썰렁하다. 알고 보니 사전투표는 동사무소에서 한단다. 사전 투표 마감 3분을 앞두고 가까스로 투표를 마쳤다. 요즘은 행정복지센터로 불린다. 동사무소가 훨씬 쉽게 와 닿는데 이름을 왜 바꿨나 모르겠다.
투표를 마치고 동네를 한 바퀴 크게 돌았다. 바야흐로 원주에도 벚꽃이 만개하고 있다. 우리 동네엔 벚나무가 제법 많다. 목련도 개나리도 함께 피어서 봄 기운을 전하고 있다.
어스름 어둠이 내리고 봄밤이 시작되고 있다. 오래간만에 김수영 님의 시를 읽는다.
봄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 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는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靈感)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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