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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와 잡담

내가 기억하는 얼차려

글: 논어일기 2024.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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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91년 1월 8일에 입대했다. 보병 제27사단인 이기자부대 신병교육대 274기 훈련병이었다. 옛날 사진을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 이기자부대는 해체되었다.

아들은 2024년 5월 14일 입대했다. 보병 제7사단 칠성부대 신병교육대 24-9기 훈련병이다. 요즘은 ' 더 캠프 '란 앱으로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다. 신병교육대에서 1주일에 한 장씩 사진을 올린다. 사진을 보니 반갑지만 안쓰럽다. 옛날처럼 안 보고 사는 것이 좋을까 싶다가도 자꾸 들여다 보게 된다.

아들을 군에 보내고 나자 갑자기 잇달아 사망 사고가 일어났다. 모두 훈련병이다. 수류탄 훈련 중에 일어난 사망 사고엔 안타깝고 슬프지만 그래도 화가 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얼차려 받다가 훈련병이 사망한 사고는 어이없고 슬프고 화가 난다. 제발 우리 아들이 있는 부대 지휘관엔 저런 무식하고 인정머리 없는 멍청이가 없기만을 바라고 있어야 하기에 슬프다.

내가 훈련을 받던 때는 쌍팔년도가 아닌 구십 년대였지만 얼차려는 다반사였다. 많이는 아니지만 구타도 있었다. 신교대 점호준비는 얼차려 시간이나 다름없었다. '침상 삼선에 정렬!' 그리고 이어지는 원산폭격. 원산폭격은 '대가리 박아'와 같은 말이다. 곱게 말하면 머리 박아.^^ 군번줄, 야삽자루, 철모 심하면 치약뚜껑에도 박았다. 워낙 고난도라 뭐 대부분 거의 박는 시늉만 하게 되지만 일부 고수?는 진짜로 성공하기도 했다. 군번줄에 박으면 이마에 알알이 자국이 맺히는 걸 확인하곤 했다. 치약뚜껑이 이마에 박혔다는 전설도 있었는데 실제로 보진 못했다. 상관물대에 다리 올리고 '팔 굽혀 펴기'를 하는 얼차려도 있었다. 언제나 '상관물대 다디'를 외치던 혀 짧은 조교는 별명이 '다디'였다. 

고등학교 교련 시간

나는 고등학교 때도 교련 시간에 총검술을 배우던 세대다. '막고 차고 돌려 쳐!' 교련 시간도 툭하면 얼차려를 받았다. 뒤로 취침, 앞으로 취침! 요즘 애들이 아는가 모르겠다. 요즘으로 치면 선행학습을 받고 입대했지만 군대는 장난이 아니었다. 낯설고 물선 군에 입대해 신병교육대에서 잠을 청하던 날이 떠오른다. 울고 싶지만 울 수도 없는, 피할 수 없는 고통이 시작되던 날이다. 암울했던 시절에도 훈련병에게 완전군장 구보를 시키지는 않았다. 자대에서도 이른바 침상대기란 것이 있었다. 

생각해 보니 참 여러 가지 얼차려를 경험했다. 완전군장 뺑뺑이도 돌았다. 연병장을 그냥 걷는 것인데 지루하고 힘들었다. 뉴스엔 군장 무게를 늘이기 위해 책을 넣게 했다고 한다. 이거 미친 짓이다. 군기 교육대에서 얼차려를 받은 적이 있다. 군기 교육대에선 군장에 쇠로 만든 아령을 넣고 돌았다. 민간인이나 다름 없는 입대하고 열흘 된 아이들을 군기교육대에 보낸 셈이다.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아무리 군대라도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야 한다. 참을 수 없으면 참을 수 없다고 말해야 한다. 미련하게 군대니까 참자고 버티면 안 된다. 요즘 군대 많이 좋아졌으니 정당한 말을 무시하진 않을 것이다. 제발 내 생각이 맞기를 바란다. 아프다고 말하면 꾀병 부린다고 벌 받는 일은 쌍팔년도에나 있던 일이다. 그런데 2024년에 이런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슬프고 화난다.

얼차려로 이상한 군기를 잡는 똥 멍청이 지휘관은 엄벌에 처해야 한다. 불안하다. 억울하게 죽었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해병을 위한 특검법을 거부하는 자가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설마 그럴 리가 없지만 어이없는 얼차려로 부하를 죽인 중대장도 대통령과 통하면 처벌을 피해 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중대장 신상 공개가 되었다던데 자격 없는 지휘관은 정리가 답이다.

훈련병을 비롯한 모든 사병은 희망이 아닌 의무로 입대했다. 내 아들이 그러하듯 모두 부모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듯이 소중한 아들이다. 나라와 군은 무사히 제대할 때까지 우리 아이들을 돌볼 책임과 의무가 있다. 당연히 얼토당토않은 까닭을 들어 학대하지 말아야 한다. 아니 오히려 받들어야 한다. 이런저런 핑계로 군을 기피한 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애국자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내용으로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썼다.

https://omn.kr/28vre

 

'사랑하는 아들에게'... 군대 간 아들에게 손편지를 썼다

나라와 군대는 아이들을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낼 책임이 있다

www.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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