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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와 잡담

나이스에 유감 있다

글: 논어일기 2024.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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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NEIS)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인데 '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을 줄인 말이다. 이제는 흘러간 옛이야기가 있다. 한글 맞춤법에 따르면 NEIS는 줄임말이니 '엔이아이에스' 또는 '네이스'로 읽어야 한다. 처음에 도입을 반대하는 이들이 에이즈에 빗대어 '네이즈'로 일컫자 교육부에서 갑자기 독일어처럼 나이스로 읽기를 강요했다.

나이스를 시작할 때부터 지켜본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전혀 나이스하지 않다. 괜히 안 해도 되는 일을 쓸데없이 만드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성적처리와 같은 일을 전산으로 처리하니 편하지 않냐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성적처리는 굳이 나이스가 없을 때도 전산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동아리 활동이나 스포츠 클럽 활동의 누가 기록을 하나하나 시스템에 입력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이제는 상담 내역까지 나이스에 입력하라고 한다.

이제 학부모가 결석신고서나 교외체험학습 보고서를 나이스+에서 입력할 수 있다. 아직은 오프라인과 병행하고 있지만 아마도 조만간 나이스+만 허용하게 될 것이다. 담임교사는 일이 편해진다. 하지만 결석신고서와 체험학습신고서를 오프라인으로 주고받으며 일어나는 상호작용도 교육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아쉽기도 하다. 지금 상급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나이스에 있는 데이터로 전국의 모든 학교를 줄 세울 수 있다. 국영수 성취도가 높은 학교 또는 낮은 학교, 결석생이 많은 학교, 중도탈락생이 많은 학교와 같은 다양한 기준으로 말이다. 

아무튼 조금은 삐딱한 교사인 나는 나이스에 유감이 많다. 오늘도 작은 불만이 생겼다. 지난주부터인가 나이스에 들어갈 때마다 뜨는 팝업 창이다. 그냥 한번 보고 그러려니 했는데 오늘 보니 중간에 있는 UIUX가 도드라져 보인다. 나름 배운 사람인데 딱 보고 바로 알지 못하겠다. '우이우스'는 또 뭔가라며 살펴보니 아래쪽에는 UI/UX로 구분선이 있다. UI는 어렴풋이 알겠는데 UX는 모르겠다.

설명을 찾아본다.

UI는 User Interface의 줄임말로 제품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뜻한다.

UX는 User Experience의 줄임말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 경험을 뜻한다.

사실 찾아 읽어도 알듯 말듯하다. 느낌으로는 UX가 UI보다 더 큰 범위에 있으니 UX/UI가 더 좋은 표현인 듯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알기 어렵게 만드는 것일까? 알맞은 우리말이 없으면 모를까 영어도 어려운데 약자까지 너무한다 싶을 때가 많다. 웹 디자인 전문가나 알만 한 말을 버젓이 아무 설명도 없이 마구 쓰고 게다가 한글도 아닌 로마자로 적었다. 이건 아니다. 이 글을 쓸 때도 자판을 한/영으로 번갈아 써야 하니 나처럼 나이 든 이들에겐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제4조(처리요령)
③ 문자는 한글로(부득이한 경우 영문으로), 숫자는 아라비아 숫자로 입력한다.

나이스로 처리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이다. 학생부 기재요령 책자에 있는 문구다. 요즘 학생부 기록에 목숨을 거는 이들이 많다. 학생을 전출 보낼 때마다 전입하는 학교 담당자가 단순한 오탈자까지 찾아내 수정을 요구하기 일쑤다. 위에 있는 문구를 절대적인 것으로 여겨 학교 동아리 이름 따위에 있는 영문을 심지어 축구반 A에 있는 A까지 문제 삼는다. 학적을 처리하는 교무부장으로서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수도권에 있는 학교가 심하게 따지는 듯하다. 이때문에 올해는 학교 동아리 이름에 영문을 쓰지 않도록 하였다. 사실 굳이 따지자면 '영문'은 '로마자'로 적어야 옳다. 흔히 영문자로 부르는 'abcd'는 영국의 알파벳이 아닌 로마의 알파벳이기 때문이다. 

고백하자면 이제는 아니지만 옛날에 한때  '국한문 혼용론자'였다. 이미 널리 쓰이는 '국영문 혼용체'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완강한 학생부 담당자와 입씨름하기 싫어서 대부분 요구하는 대로 고쳐서 보낸다. 사실은 나도 어설픈 영어를 섞어 쓰는 이들에게  '우리말 살려 쓰기'를 권하는 사람이라서 인정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축구반 A'는 정말 부득이한 경우라고 본다. 아무튼 우리 학교는 올해는 '축구반 가'로 개설하였다. 고집스러운 이들이 이뤄낸 작은 성과라고 할 수 있을까? 

사실 모든 공문서는 한글로 적어야 한다는 지침이 있다. 하급 기관인 학교에서는 이렇게까지 한글을 지키려고 힘쓰는데 상급 기관인 교육부는 나이스에서 제목부터 로마자 섞어 쓰기를 하고 있다. 마구 섞어 쓰고 있는 로마자를 덜어내야 한다. 한때 미니멀리즘이 유행하듯이 무엇이든 덜어내야 좋을 때가 있다. 나이스도 자꾸 기능을 더 많이 넣기보다 쓸데없는 걸 덜어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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