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시간이 나면 논어를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而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溫 不亦君子乎
자왈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유붕이자원방래 불역락호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배워 때에 맞추어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뜻을 같이 하는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으니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說=悅 말씀 설이 아니고 기쁠 열
朋은 단순한 친구가 아닌 朋黨이요, 同門이고 同志다.
군에서 제대하고 복학을 앞두고 논어를 처음 읽었다. 대충 6개월쯤 필사를 했던 기억도 있다. A4 종이에 플러스 펜으로 옮겨 적고 자취방 벽에 차례로 붙여 놓았다. 방을 찾은 친구와 후배들이 점집 분위기가 난다면 놀렸다. 여기 적은 장은 심심할 때, 손 글씨를 쓰고 싶을 때 지금도 자주 쓰는 글귀다. 그런데도 자꾸 헛갈리는 글자가 있다. 머리가 굳었나 보다. 그냥 지극히 내 맘대로 풀이를 달아보려 한다.
공자님 말씀답게 가장 앞에 공부하는 즐거움이 나온다. 공부 다음은 벗이고 마지막이 인성이다. 공부도 하지 않고 먼 데서 기꺼이 찾아 주는 벗도 없으면 아무리 인성이 좋아도 소용없는 일이다. 나이 오십이 넘고 나니 무엇인가 배우고 익히는 기쁨을 이제는 좀 알 듯하다. 벗이 많지는 않으나 요즘 옛날 벗님들과 재밌게 함께하는 즐거움도 알아 간다. 다만 나이를 먹고도 가끔 화를 낼 때가 있으니 아직 군자가 되지는 못했다.
도올 선생은 이 구절은 공자가 말년에 깨달은 바를 정리한 것으로 해석하였다. 공자는 청년기에 그칠 새 없이 학문에 열중하였고, 장년기에 붕당을 통한 학단을 만들어 자기를 써 줄 제후를 찾아다녔으나 노년기에 등용되지 못한 좌절을 딛고 새로운 문명의 틀을 만들었다. 그냥 먼 곳에 사는 친구가 술 마시러 찾아오는 걸로 해석한 짧은 생각을 반성하지만 그리 해석해도 좋은 글귀임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