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함께 당구를 치는 친구가 있다. 초등학교 정확하게는 국민학교 동창이다. 어제 갑자기 당구장 주인아저씨 나이가 궁금해서 물었더니 64년 용띠란다. 우리는 69년 닭띠니까 무려 5년이나 앞선 형님이다. 김광석 노래를 듣고 있는 걸 보고 또래라고 여겼는데 생각보다 나이가 많으시네! 참 고생 많이 하셨을 것이다.
지난번에 이재명 후보자 생년을 찾아본 일이 있다. 오늘 다시 찾아보니 공교롭게도 64년 용띠다. 오늘은 생년월일이 불분명하다는 사실도 알았다. 생활기록부에는 1964년 12월 22일로 기록되어 있으나 어머니께서 정확한 생일을 알지 못해서 점쟁이에게 물어서 정한 날짜라고 한다. 검색하다가 이것을 두고 놀리는 꼴통 유투버를 보았다. 새파랗게 어린놈인데 입이 참 더럽다.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자식을 낳은 날을 잊은 어머니가 있을까 싶지만 57년 전에는 꽤 있었을 것이다. 옛날에 달력도 참 귀했다. 게다가 음력으로 생일을 챙겼기 때문에 따로 표시를 해두지 않았다면 까딱하면 잊을 수 있다. 우리 어머님도 무학이시다. 한글도 아라비아 숫자도 모르고 사신 분이 부지기수다. 첫돌이 돌아올 무렵에 지난해 이맘때 음력 날짜를 알려고 점쟁이를 찾았을 것이다. 우리 집은 2남 2녀인데 호적에 생년월일이 제대로 올라 있는 이는 나 밖에 없다. 모두 1년씩 나이가 줄었다. 돌아가신 아버님은 공무원 탓으로 돌리셨지만 뭐 정확한 까닭을 알기는 어렵다. 요즘 나이를 많이 먹고 나니까 주민등록 나이라도 한 살 줄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64년 용띠보다 무려 5년 후에 태어난 69년 닭띠인 내 친구 가운데에도 중학교를 가지 못한 친구들이 많다. 모두 가족을 위해 또는 입이라도 하나 줄여야 했기에 돈 벌러 공장으로 갔다.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 많다. 산업체 야간 학교를 다닌 친구도 많다. 중학교를 마치고 한 무리의 친구들이 돈 벌러 사회로 나갔다. 요즘처럼 마음만 먹으면 대학을 다닐 수 있는 세상과는 다른 세상이었다.
오래전 방송통신고 수업을 할 때 제자로 만난 동갑내기도 있다. 그때 방송고 졸업식이 훨씬 애틋함이 넘쳤다. 배움이 짧은 이들은 검정고시를 통과하는 일도 어렵기에 꼬박 3년을 주말마다 학교에 다녀서 맞는 졸업이기 때문이다. 눈물을 흘리는 분들도 많으셨다. 일찌감치 돈을 벌어야 했던 친구들 가운데 풍족하게 사는 친구는 많지 않다. 부지런히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대우받는 나라는 아니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한 유튜버처럼 이재명 후보가 살아온 내력을 보면서 깔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물심양면으로 부모가 뒷바라지해도 사법고시에 거듭 실패하고 낭인처럼 사는 자들처럼 질투심에 절어 있는 사람이 많아 보인다. 요즘은 이재명 후보가 웬만큼 살았는데 감성팔이 한다는 말을 하는 자도 있다. 심지어 위에 있는 사진이 컬러라며 집에 컬러 사진기 있었으니 부자라는 헛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멍청이도 보았다. 옛날엔 사진관에서 사진기를 빌려서 찍기도 했거든 바보야. 나도 어릴 때 이웃집 형이 사진관에서 빌려온 카메라로 찍어 준 사진이 한 장 있다.
이재명을 위한 변명으로 안도현 님의 시를 한 구절 읽어 주고 싶다.
너에게 묻는다. /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