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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여행

영월에서 살던 때

글: 논어일기 2022.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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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옛날 2010년 12월에 찍은 사진이다. 지금은 크게 달라졌을 수도 있다. 영월 상동읍에 살면서 영월 읍내로 출퇴근하던 시절이다. 시간이 난 어느 날 영월 읍내 요리 골목을 돌면서 벽화 사진을 찍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모운동이 좋다는 말을 듣고 길을 돌아 들렀다. 검색해 보니 맛집인 강산회관은 아직도 운영되고 있다. 다른 맛집인 청산회관도 자주 가서 곤드레밥을 먹었던 기억도 난다.

시골은 세월이 지나도 바뀌지 않아서 추억 여행으로 좋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불편하겠지만 말이다. 이제는 아주 옛날 영화가 되어 버린 '라디오스타' 주인공인 안성기와 박중훈 얼굴이 그려진 영월맨션은 그때도 낡은 아파트였는데 아직도 있다. 벽화는 달라져도 재개발되지 않고 오래 살아남았다. 관풍헌과 자규루는 당연히 건재하다. 관광상품이니 오히려 더 좋아졌다. 영월은 모든 것을 자식에게 내어주고도 여전히 자식 걱정에 잠 못 드시는 우리네 부모님을 닮았다.

관풍헌은 조선시대 지방의 업무를 처리하던 관청건물로 앞면 3칸·옆면 3칸 규모의 건물과 부속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는 조계종 보덕사에서 포교당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곳에서 약 50m 정도 떨어진 곳에 자규루라는 누각이 있다. 자규루는 단종(재위 1452∼1455)이 세조(재위 1455∼1468)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유배되었을 때 잠시 지내던 곳이다. 단종은 이 누각에 자주 올라가 자규시를 지었다고 한다. 자규란 피를 토하면서 구슬피 운다고 하는 소쩍새를 가르키는 말로 자신의 처지를 견주어 지은 것이다. 원래는 세종 10년(1428) 군수 신권근에 의해 지어져 ‘매죽루’라 불리웠으나 단종의 자규시가 너무 슬퍼 누각이름을 매죽루에서 자규루로 바꿨다고 한다. 그 후 많이 퇴락해 민가가 들어섰는데, 정조 15년(1791) 강원도 관찰사 윤사국이 이곳을 돌아다니다 그 터를 찾아 복원하였다.

'모운동'은 구름이 머무는 동네라는 이름답게 하늘에 가까운 동네다. 망경대산 밑 해발 700m에 자리 잡고 있다. 영월에 있는 다른 여러 마을처럼 모운동도 석탄 산업 합리화 이전에 옥동광업소가 잘 나갈 때는 영화관까지 있었던 크게 번성했던 마을이다. 혼자서 사진을 찍고 있을 때 다가오셔서 친절하게 마을 안내를 하시던 이장님은 잘 계시려나 궁금하다. 이장님은 모운동 전성기 시절 당구장을 운영하던 집 아들로 한 때는 광부이셨다고 한다. 이장님 댁은 작은 박물관이었다. 마을에 그려진 벽화는 유치원 교사이셨던 이장님 아내 분이 그리셨다고 한다. 검색해 보니 이때 이장님이 만들던 폭포를 소개하는 기사도 있다. 이장님 바람대로 다시 사람들로 북적이는 마을이 되지는 못했지만 삶에 지친 사람에게 힐링을 주는 공간으로 살아남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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