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많이 찍으면 큰 저장공간이 필요하다. 인터넷 서핑을 제외하고 컴퓨터로 하는 일이 없어서 내가 갖고 있는 데이터는 사진이 대부분이다. 저장 공간으로 하드를 벗어나 시놀로지 나스를 쓰게 되면서 옛날 하드에 있던 데이터를 옮겨만 두고 정리를 미루다가 이제야 시작하고 있다. 데이터 정리는 생각보다 매우 어렵다.
처음에 폴더 구조를 사진은 찍은 년도/날짜로 만들었다. 시간이 흘러 사진이 많아서 찾고 싶은 사진을 찾아내는 일이 매우 번거롭다. 십 년도 훌쩍 넘는 세월 동안 쌓인 폴더를 하나하나 열어보면서 알아볼 수 있도록 꼬리표를 달고 있다. '2019/2019-08-15'에 -부산여행을 덧붙이는 것이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여행처럼 기억에 깊이 새겨진 장면은 쉽게 알아볼 수 있지만 그냥 일상을 기록한 장면은 꼬리표를 달기 어렵다. 날짜는 파일 속성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으니 몇몇은 주제별로 모으려고 한다. 야생화, 레고 그리고 절집이란 폴더를 만들었다. 괜한 욕심인 것일까? 수작업으로 하려니 죽을 맛이다. 슬슬 지쳐가고 있다.
해인사 사진을 올리려고 시작한 글인데 서두가 길었다. 데이터 정리하는 방법은 따로 올리는 것이 낫겠다.
불교에서는 '불(부처)', '법(가르침)', '승(승려)'은 세 가지 보물로 꼽는다. 우리나라 3대 사찰로 꼽히는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는 각각 불법승을 대표하는 사찰이다. 해인사는 다들 알고 있는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으니 당연히 법보 사찰 가운데 으뜸이다. 2009.6.30. 어머님 모시고 가족과 함께 다녀왔다.
절집도 세월이 흐르면 불사를 일으켜 많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래도 원래 있던 걸 없애진 않아서 참 좋다. 팔만대장경을 모신 전각은 밖에서만 둘러볼 수 있지만 지켜온 세월만으로도 아우라가 뻗어 나오는 느낌을 받았다. 팔만대장경은 고려 고종 때, 1236년부터 시작해서 1251까지 15년 동안 만들었다고 한다. 따져보면 771년~786년이나 되었다. 정확하게 8만 1352판이라고 하니 '팔만'은 결코 과장하여 부르는 것이 아니다.
해인사는 규모는 제법 크지만 웅장하거나 화려하지는 않고 수수함이 묻어나는 절집이다. 굴뚝 사진과 해우소 사진이 나란히 있다. 굴뚝은 널리 알려져 듣던 바가 있으니 담았을 것이다. 그날따라 해우소가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는지 사진에 담았다. 가야산 해인사 워낙 멀어서 다시 갈 일은 없을 듯하다. 그렇지만 살면서 한 번쯤은 들러보기를 권하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