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올해의 사자성어를 정하긴 이르다. 며칠 전 대통령이 국민을 쪽팔리게 만든 사건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떠오른 사자성어가 있다. 세월호와 정윤회 국정개입 사건으로 어지러웠던 2014년의 사자성어인 지록위마다.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부른다는 뜻으로, 남을 속이려고 옳고 그름을 바꾸는 것을 비유하는 표현.
—사마천
사기(史記) 진시황 본기
분명히 내게는 '바이든'이라 들리는데 '날리면'으로 듣는 사람들이 있다. 바이든으로 들린다고 했다가 나중에 해코지를 당할까 두려워하는 이들이 보인다. 한편에 '봄바람 휘바이든'으로 조롱하는 이들도 있다. 덕분에 봄도 아닌 가을에 난데없이 <벚꽃엔딩>을 듣는다.
핑계도 그럴듯해야 모른척하고 속아줄 수 있다. 비록 유래가 있는 사자성어는 아니지만 올해의 네 글자로 '휘바이든'은 어떨까 싶다. '조날리면'도 있다. 이제 '날리면'과 '바이든' 소리는 달라도 뜻은 같은 이음동의어가 될까? 아니지 어떤 사람 귀에는 소리도 같게 들리니까 뭐라고 해야 하나 혼란스럽다.
요즘 학생들은 욕을 입에 달고 산다. 욕을 하는데는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교사로서 수시로 들려오는 비속어가 귀에 아주 거슬린다. 그렇지만 교사로서 가끔 아이들에게 비속어를 쓰지 말기를 당부하며 건네는 이야기가 있다.
요즘 대학입시에는 면접을 보는 학생부 종합전형이 많은데 어떤 학생이 면접장에 들어가다가 발을 삐끗했는데 자기도 모르게 욕을 하고 말았다. "아, 씨x! x 될 뻔 했네!" 이 학생은 합격했을까?
질풍노도의 시기인 중학교 2학년 담임이다. 부끄럽지만 나도 때로는 대통령처럼 이xx란 욕을 하기도 했다. 맹세코 아주 가끔이다. 올해는 세 번쯤이다. 막무가내로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를 다루다 보니 생긴 일이라는 핑계를 대본다. 이제 더욱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한다. 화를 내도 이xx는 이녀석 정도로 해야겠다.
며칠 전 조회시간에 욕을 너무 많이 하다 보면 대통령처럼 실수할 수 있으니 조심하자고 말했더니 애들도 웃는다. 얘들아 욕은 아주 서로 스스럼이 없는 친한 사이에만 하기로 하자. 수업시간엔 제발 고운말만 쓰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