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는 일을 싫어한다. 병원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도 의사 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의사 선생님도 병원 가는 일을 싫어할 수도 있다. 여유가 있는 때라 치과에 들렀다. 아랫니가 가지런하지 않아 칫솔이 잘 닿지 않는 부분이 있어 정기적으로 치석 제거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아무튼 그냥 치석 제거만 받을 생각으로 치과를 갔는데 얼떨결에 잇몸치료를 받았다.
이런 걸 두고 정보의 비대칭성이라고 한다. 지식이라곤 밥 먹고 양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 다인데 시커먼 엑스레이 사진을 보면서 잇몸에 염증이 있고 뼈도 내려앉고 있으니 잇몸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을 거역하기는 어렵다. 처참하게 망가진 예시 사진은 두려움을 준다. 가끔 잇몸에서 피가 나기도 하니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치료 방법에 대한 설명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고 비용은 15000원이라는 말에 아주 간단한 치료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잇몸 치료는 그리 간단한 치료가 아니다. 상하좌우 네 부분으로 나누어 하루 씩 받아야 하니까 최소 4일이 걸린다. 날마도 받는 것이 아니라 2주가량 걸렸다. 어리석게도 처음에 스케일링처럼 한 번에 끝나는 줄 알았다. 잇몸을 뒤집어서 아래에 있는 치석을 제거하는 치료다.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입을 벌리고 누워 있는 일은 불쾌하다. 한 시간 가까이 요란한 소리가 나는 기계로 입안을 헤집는 걸 참고 기다려야 했다. 마취를 했지만 소리와 느낌만으로도 고통스럽다. 양치를 너무 세게 한 탓인지 이가 상한 부분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나에 7만 원씩 5군데나 때웠다. 아무튼 어제 고통스러운 과정이 끝났다.
아직도 이가 얼얼하지만 뭔가 묵은 때를 벗겨낸 느낌이라 나쁘지만은 않다. 어디선가 들었는데 유전자 분석으로 따져보면 사람은 대충 오십 년 살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나이 오십이 넘으니 여기저기 망가지는 부분이 많다. 앞으로 치과에서 배운대로 이를 잘 관리해서 망가지는 속도를 줄여야겠다. 치과 의자만 봐도 괴롭기 때문이다. 치료받는 내내 치과 의사가 돈을 많이 버는 이유를 이해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냄새나는 입을 들여다보며 꼬박 한 시간 동안 청소하는 일을 평생 해야 한다면 나는 참 힘들어할 것 같다. 일 년에 두 번이나 방학이 있는 삶이 내겐 딱이다.
구강세정기를 하나 사려고 하는데 어떤 것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