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극적 이재명 지지자임을 미리 밝힌다. 민주당원은 당연히 아니고 지지자도 아니다. 다만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을 찍었기 때문에 소극적이라고 적는다. 문재인 정권은 입으로는 촛불 정권을 외쳤지만 혁명은커녕 개혁도 추진하지 못한 채 우유부단함과 무능함만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 표를 준 것은 후보가 이재명이라서였다. 적과 맞설 때 비록 가진 것이 녹슬고 무딘 칼뿐이라도 물러서거나 적당히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합을 겨룰 사람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히파티아는 355년경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났다고 알려져 있다. 역사에 등장하는 여성 수학자가 드문데 수학교과서를 만들고 디오판토스의 대수학을 완성하였다. 천문학에 업적을 남기고 철학에서도 신플라톤주의를 완성했다고 전해진다. 불행하게도 그가 살던 때에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국교가 되면서 위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과유불급. 무엇이든 너무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특히 종교와 같은 믿음이 그렇다. 안타깝게도 히파티아는 알렉산드리아로 파견된 주교 키릴로스의 사주를 받은 자들에게 교회로 끌려가 고문 끝에 죽고 말았다.
우화는 우화로, 신화는 신화로, 불가사의는 시적인 판타지로 가르쳐야만 한다. 미신 따위를 진리처럼 가르치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유익한 사람들은 그런 가르침을 진리로 받아들이고 나서 엄청난 고통을 겪지만, 더 비극적인 것은 결국 그들은 그러한 가르침에 만족함을 느낀다는 점이다. 인간은 살아있는 진리를 위해 그러하듯, 미신을 위해 싸울 것이다. 비록 더욱더 심해진다 하더라도 미신은 막연하고 실체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결코 반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진리는 시야의 관점이기 때문에 바뀔 수 있다. — 히파티아
우리나라는 아직도 마녀사냥이 판치던 중세인 듯 느껴질 때가 있다. 맹신이나 광신도처럼 보이는 자들이 절대다수처럼 보일 때가 있다. 단식하는 세월호 유가족 앞에서 피자를 처먹는 걸 자랑으로 여기는 자들이 있고 이들에게 손뼉 치는 자들이 있었다. 그런 자들이 자라서 이제는 아무개 당 청년위원장 같은 자리에 있다. 하긴 아무 논리도 없이 깐족거리기만 하는 작자가 법무부 장관인 세상이다. 히파티아를 죽여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마녀사냥을 일삼았던 키릴로스와 같은 작자들이 들끓고 있다. 바야흐로 정치는 사라지고 협박과 선동만이 넘치는 시대다.
박근혜를 끌어내린 다음에 이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반석 위에 놓여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국회의원에게 부여한 불체포 특권도 없애도 된다고 생각했다. 윤석열이 만든 검찰 공화국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뿌리가 얕아서 흔들리고 쉬워서 독재정권의 출현을 막지 못할 수 있음을 알았다. 대통령 하나 잘못 뽑으면 나라가 3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다. 여전히 우리나라엔 독재에 맞서 싸움다운 싸움을 하는 국회의원이 필요하다.
이재명을 100% 믿지는 않아도 그가 야당 대표이기 때문에 적어도 회기가 시작되기 전에 영장을 청구했어야 한다. 5년을 넘게 수사했으니 이제는 기소해서 재판에 넘기면 될 일이다. 도대체 왜 하필 지금 영장을 청구했을까? 너무나도 빤한 의도가 엿보여서 재수 없다. 아무튼 기대하기 어려움을 잘 알지만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었으면 한다. 뭐 구속되더라도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
꾸준하게 정의당을 지지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옛날에 통합진보당이 깨질 때부터 마음을 바꿨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민주노동당의 노회찬과 심상정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전두환스러운 정의당이란 이름도 맘에 들지 않는다. 이제 진보당에 희망을 걸기로 했다.
강성희 의원 발언 전문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을 반대합니다.
진보당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반대를 최종 당론으로 결정하였습니다. 헌법 44조 1항,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는 조항이 존중되어야 합니다. 이는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기 위해 국민과 헌법이 부여한 투쟁의 무기이자 유일한 방어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윤석열 정권이 국회에 제출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단적으로 그러합니다. 검찰은‘백현동’과‘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묶어 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이재명 대표의 혐의가 국제안보를 위협하는 중대범죄라며 무기징역을 선고해야 한다며 영장을 청구했다 합니다. 그러나 검찰은 여전히 직접적인 물증을 제시하지 못한채 말만 더 거칠고 요란스럽습니다. 제1야당의 대표는 6차례 검찰소환조사를 받았고 증거인멸과 도주의 염려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체포동의안을 청구했습니다.
국회 비회기 기간에 청구해도 될 영장을 기필코 회기중에 제출하는 저의는 무엇입니까. 국회가 방탄을 자처했다고 입법부를 모욕 주고 야권분열로 총선승리를 쟁취하겠다는 윤석열 정권의 공작정치 외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습니다. 여론재판으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참으로 저열한 정치공작일 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검찰독재의 칼날이 제1야당만을 향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
지금 윤석열 정권이 벌이는 행태는 야당 전반에 대한 무시를 넘어 총체적인 탄압으로 이어질 것이라 충분히 예상케 합니다. 윤석열 정권은 야당을 공존의 대상, 대화와 타협의 대상이 아닌 제거의 대상, 척결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곳곳에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검찰독재의 칼날이 오늘은 이재명 대표를 향하지만, 내일은 또 다른 정치적 반대세력을 향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야당의 단결을 촉구합니다.
윤석열 정권과의 투쟁의 승패는 야당의 숫자가 아니라 얼마나 똘똘 뭉쳐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만약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의 칼춤에 동조한다면 야당의 연대는 파기되고 윤석열 독재정권의 폭압에 각자 맞닥드리게 될 것이며 이는 검찰독재 심판이라는 국민의 염원을 물거품으로 만들게 될 것입니다.
진보당은 검찰의 정치공작을 준열히 규탄합니다. 윤석열 정권이 검찰독재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습니다. 진보당은 정치검찰의 부당한 정치개입과 구시대 공작정치를 반드시 청산하고, 국민이 만들어 온 민주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며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부결되어야 함을 거듭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