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시내에 있는 호텔에서 숙박을 했다. 터미널 옆이니 옛 도심으로 2일 차는 동국사에서 시작했다. 보인다. 지난 글에서 밝혔듯이 여행 일정을 꼼꼼하게 자지 않는다. 저녁 먹으며 다음날 돌아볼 곳을 대충 정한다. 일본식으로 지어진 절은 처음이다. 설명을 보자. 대웅전은 1932년 일본 불교 종파 가운데 하나인 조동종에서 건축한 금강사의 불전이었다. 해방 후에 조계종의 동국사 대웅전으로 바뀌었다. 일본은 가보지 않았지만 대충 영상으로 보던 느낌이 난다. 종각 옆에 소녀상이 있다.
다음으로 채만식 문학관을 들렀다. 옛날 암기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받은 나는 '탁류'하면 채만식이 떠오른다. 큰 기대를 하진 않았지만 조금 실망스럽다. 친일 작가였다는 것까지는 그렇다 해도 볼 것이 너무 없다. 뭔가 시간을 내서 돌아보기는 아깝다. 겨울이 아니라면 옆에 금강을 따라 산책하면 좋을 듯한 길이 있기는 하다.
오전 마지막 일정은 이영춘 가옥이다. 어제 박물관에서 본 이영춘 선생님 생애가 좋아서 일정에 넣었다. 마찬가지로 자료는 그다지 많지 않지만 어린 자녀가 있다면 들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채만식은 1902년 생이고 이영춘은 1903년 생이다. 채만식은 전라북도 군산에서 태어나 중앙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 대학을 다니다 그만두고 귀국해서 기자와 작가로 살았다. 이영춘은 평안남도 평양고등보통학교를 거쳐,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제국대학에서 의학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해서 군산의 구마모토농장 의무실 진료소장으로 일하다 광복 후에도 군산에 남아 의료인으로 살았다.
구마모토가 별장으로 쓰던 집을 이영춘 박사가 받아서 썼다고 전한다. 자세한 것은 안내하시는 분 설명을 들으면 좋다. 아무튼 비슷한 시기에 태어났지만 삶은 차이가 있다. 채만식은 머릿속만 채운 지식인이고 이영춘은 머리와 가슴이 꽉 찬 지성인으로 구분하고 싶다. 해설자 의견에 따르면 채만식보다 이영춘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은 북한 지역 출신이고 625 전쟁 때 군산을 점령한 인민군 지휘관이 동문이라 화를 피해 사상에 대한 의심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제라도 가난한 백성을 위한 삶을 실천한 의사 이영춘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점심은 근처 맛집을 검색해서 찾았다. 게장정식과 생선구이를 2인분씩 시켰는데 아주 푸짐하고 맛도 좋았다. 요즘 화제의 중심이 된 이낙연 전 총리가 다녀간 곳이다. 다른 유명인 사인은 없는데 손님이 제법 많다. 뭔가 대접받는 느낌을 주는 놋그릇이 마음에 든다. 어제 저녁 들렀던 중국집은 짬뽕을 담는 그릇이 맘에 들지 않았다.
오후엔 선유도 해수욕장을 들렀다가 2일 차 숙소가 있는 변산반도로 향했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도로와 다리가 놀랍다. 아쉽게도 딱 만조인 때에 들러서 좋은 경치를 보지 못했다. 배를 타고 어렵게 왔으면 크게 후회할 뻔했다. 아니 어쩌면 1박을 하면서 찬찬히 돌아봤을 수도 있다. 서해를 여행할 때는 항상 물때를 살펴야 한다.
급하게 일정을 바꿔서 내소사로 향한다. 내소사 들어가는 길은 전나무 숲이 좋다. 아주 오래된 느티나무도 있다. 잎이 없어서 아쉽지만 겨울 풍경도 나쁘지 않았다. 고려동종이 국보로 승격된 모양이다. 대웅전 문살이 아름답다.
아쉽게도 갑자기 구름이 많아져서 일몰을 즐기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