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행 마지막으로 고속도로에 오르기 전에 둘째가 좋아하는 독립서점을 한군데 둘러보기로 했다. 목적지는 수영구 남천동에 있는 '샵메이커즈' 독립서점이다. 서점에서 가장 가까운 주차장을 검색했더니 18번완당 바로 앞이다. 먼저 서점에 들러서 책을 보며 땀을 식혔다. 서점은 작지만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다. '몸이 기억하는 말들'이란 제목이 눈길이 갔다.
둘째가 고른 책을 몇 권 사고 계산하면서 주인장에게 18번완당 맛있냐고 물었다. 맛은 있다고 하는데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 오히려 녹차 팥빙수 앞에 있는 국숫집을 추천했다. 미리 계획하진 않았지만 팥빙수 잘하는 집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으니 맛을 봐야 한다. 다행스럽게 걸을 만한 거리에 있다. 간판은 보성녹차인데 지도에선 '남천녹차팥빙수'로 검색해야 한다. 바로 앞집은 '남천리진짜촌국시'이다. 도심 한복판인데 등나무와 온갖 화분이 어우러져 마치 숲속처럼 느껴진다. 꽤 알려진 곳인지 손님이 많다. 최강달인에 나왔다는 안내판이 있다. 싸고 꾸밈이 없는 맛이라 아주 좋았다. 진짜 팥과 얼음 그리고 녹차가루가 전부인데 맛있다. 달인이 맞는 모양이다.
서점 주인 추천대로 바로 앞에 있는 국수도 맛보고 싶었으나 완당이란 생소한 이름에 끌려서 18번완당을 맛보기로 했다. 전날 맛집지도를 보면서 아침으로 먹을까 생각했던 집이기도 하다. 여기도 줄 서서 먹는 맛집인 모양이다. 무려 1947년부터 있던 집이다. 완당, 발국수, 김유부초밥을 하나씩 주문했다. 더운 까닭인지 발국수가 완당보다 맛있다. 발에 올려져 나와서 발국수인 모양인데 모밀국수를 차가운 육수에 말아 먹는다. 완당은 선선한 날 먹는 걸로 그런데 선선한 때 다시 부산에 올 수 있을까 싶다. 부산은 너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