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얼빈'을 보았다. 기대를 뛰어넘는 걸작이다. 영화가 끝나고 타이틀이 끝날 때까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영화 감상평은 쓴 적이 없지만 흥행을 위해 뭐라고 한다는 심정으로 쓴다.
검색해 보니 연출은 '내부자들'과 '남산의 부장들'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이고 제작사는 '서울의 봄'을 제작한 하이브미디어코프이다. 뭔가 기운이 잘 맞는 느낌이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현빈 배우 말대로 카메라가 좋은 모양이다. 꽁꽁 언 두만강을 건너는 첫 장면부터 관객을 끌어당겨 몰입하게 만든다.
제작사와 감독이 포스터에 배우들 얼굴을 옆으로 돌려놓은 까닭이 있으리라. 하지만 한 번 더 배우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보기 위해 돌려놓는다.
단 하나의 목표 늙은 늑대를 처단하라.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일이 쉽지는 않을 터인데 주위에 앉은 관객 모두가 숨죽이고 보는 것이 느껴졌다. 늙은 늑대는 이토 히로부미이다. 그렇다. 처단이란 낱말은 이런 자에게 쓰는 말이다. 영화 속엔 척결이란 낱말도 등장한다. 자연스럽게 윤석열이 떠올랐다.
영화 속 이토는 말한다.
"조선이란 나라는 수백 년간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이 지배해온 나라지만 저 나라 백성들이 제일 골칫거리야. 받은 것도 없으면서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단 말이지. 300년 전에 도요토미가 조선을 침공할 때도 의병들이 나왔고 지금 이곳 만주에도 의병들이 골칫거리야."
계엄을 해제하기 전에 다시 모인 내란수괴와 잔당들도 백성을 탓하고 있었을 것이다. 맨몸으로 장갑차를 가로막고 계엄군 총부리를 잡아당기는 사람이 있을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요즘 탄핵을 반대하고 내란을 옹호하는 세력이 준동하고 있다. 여전히 윤석열 지지율이 10%가 넘고 성조기와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에서 집회를 이어가는 이들이 많다. 며칠 전 윤석열을 예수에 빗대는 목사가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전광훈을 비롯한 몇몇은 직함이 목사이지만 무속인처럼 보인다.
곡학아세(曲學阿世) 혹세무민(惑世誣民)
사악한 말로 사람들을 꼬드겨 세상을 어지럽게 만드는 자들이 설치고 있다. 무(誣)는 말씀 언(言)과 무속( 巫)이 더해진 말이다. 날마다 드러나는 증거로 볼 때 무속으로 나라를 다스린다는 소문이 마냥 헛된 말이 아니었다. 주위에 광화문 태극기 집회에 가겠다는 친구가 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당연히 무속은 미신으로 취급하며 격멸하는 이들이 혹세무민하는 자들에게 휘둘리는 모습이 안타깝고 안쓰럽다.
20%를 넘는 국민의힘 지지자가 모두 내란에 동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윤석열을 지지하는 10%가 모두 무속을 숭배하진 않을 것이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국민의힘 지지자들에 영화 '하얼빈'을 권한다. 이 땅이 어떻게 되찾은 땅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가 어떻게 얻어진 것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대한독립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투사가 있어서 되찾은 우리나라는 다시는 식민지가 되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투사가 있었기에 우리나라에 다시는 군부독재 정권이 발붙이지 못할 것이다.
불을 들고 어둠 속으로 나아갈 것이다
오늘과 같은 내란 사태를 염두에 두고 만들지 않았을 것인데 마지막 대사가 묘하게 현 시국과 딱 들어 맞는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했을 때 채 서른이 되지 않았을 때이다. 민주화를 위해 목숨 바친 열사 가운데 20대가 다수다. 성조기와 태극기를 들고 응원봉을 든 젊은이를 욕하는 이들은 이제 자격이 없다. 그저 장강의 앞 물처럼 뒷 물에게 자리를 내주고 천천히 역사의 무대에서 물러나면 될 일이다.
응원봉을 든 젊은이들이 서울로 향하는 전봉준 투쟁단에 힘을 보태고 '전태일 의료센터' 건립위원회에 후원금을 보낸다는 기사를 보았다. 역사는 이렇게 앞으로 나아간다. 이제 대한민국 역사는 응원봉을 들고 내란수괴를 쫓아내는 젊은이가 주인이다. 백 년보다 훨씬 전에 있었던 이야기지만 젊은이들도 꼭 보았으면 하는 마음에 권해본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다. 세례명이 도마인 안중근 의사는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다. 현빈 배우가 목 놓아 외치는 "코레아 우라"가 다시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