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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와 잡담

다음 아고라와 미네르바

글: 논어일기 2021.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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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추억을 되새길 때가 많아진다. 오늘 갑자기 '미네르바'가 떠올랐다.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은 안다. 다음 '아고라'에서 필명을 날리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말이다. 다음 '아고라'도 이젠 사람들 추억 속에만 있는 이름이다. 미네르바는 이명박이 대통령이던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그에 따른 '환율 폭등'을 예측한 글로 단숨에 스타 논객이 되었다. 하지만 2009년 허위사실 유포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았다. 결국 무죄를 받았지만 예전과 같은 명성을 되찾지 못했다. '아고라'가 문을 닫고 '다음'까지도 주저앉고 말았다. '네이버'가 차지하고 있는 자리는 원래 '다음'이 있었던 자리다.

사람들에게 추앙을 받던 논객 '미네르바'가 하루아침에 몰락하게 된 까닭은 여러 가지다. 이제 와 생각하면 가장 큰 원인은 그가 전문대학을 나왔고 직장도 없었기 때문이다. 필명만 알고 있을 때, 사람들은 '증권사를 다녔던 나이 지긋한 전문가'라고 믿었다. 물론 그가 올린 글에 그렇게 적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증거로 그가 지은 죄를 밝히지 않고 가난한 이력을 까발려 거짓말쟁이나 전문성 없는 짜깁기 쟁이로 만들었다. 예나 지금이나 학벌로 사람을 판단하는 이들이 아주 많다. 지금도 서울대 윤석열을 쫓는 사람들 가운데 소년 시절 공장 노동자였던 이재명을 깔보는 사람이 매우 많다. 이재명은 윤석열과 마찬가지로 사법고시를 통과한 인재인데도 말이다. 그들은 그냥 자기보다 스펙이 낮은 사람이 출세하는 걸 시기하고 질투하고 있을 뿐이다.

오늘 갑자기 미네르바가 떠오는 까닭은 김건희 때문이다. 미네르바는 거짓 경력을 그저 인터넷 글로만 올렸을 뿐이다. 거짓 경력으로 취업을 하거나 돈을 벌지도 않았다. 요즘 같으면 개인 블로그에 구글 광고만 달아 놓아도 큰돈을 벌었을 것이다. 그는 인터넷 토론방에서 오로지 명성만 얻었을 뿐이다. 김건희는 어떤가? 거짓 경력으로 만든 이력서로 무려 대학 교수가 되었다. 시간 강사라 문제가 아니라고 변명하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어쩌면 대통령 후보의 부인이 후보자도 모르게 했던 거짓말은 문제가 아니다. 거짓이 드러났을 때, 후보자가 지나치게 감싸거나 오히려 다른 거짓말로 덮으려 하기 때문에 문제다. 거짓을 거짓으로 덮을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아직도 감옥에 있는 이명박을 보면 알 수 있다. '비비케이를 설립했다'라고 말한 영상이 있는데도 '주어가 없다'는 거짓으로 덮었다. 거짓으로 진실을 덮고 대통령이 된 사람이 나라를 제대로 이끌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미네르바는 로마 신화 속 지혜의 여신이다. 여신의 어깨엔 부엉이가 앉아 있다. 헤겔은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되어서야 날개를 편다.'라고 말했다. 부엉이는 지혜를 황혼은 지난 과정을 상징한다. 사건이 일어나고 난 다음인 황혼 녘이 되어야 모든 것이 분명해진다는 뜻이다. 

'대장동'도 '본부장'도 지금은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이 많다. 시간이 흘러 황혼 녘이 되면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날아오르면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기다리기만 하다가는 늦는다. 지혜를 모아 거짓을 밝히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박대성 (1978년)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박대성(1978년 8월 ~ )은 미네르바라는 별명으로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경제방에서 활동하던 대한민국의 유명 인터넷 논객이다. 2008년 하반기 리먼 브러더스의 부실과 환율 폭등 등, 대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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