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이 하는 말? 제목에 이끌려서 읽기 시작했다. 요즘 블로그 스킨을 만지작거리고 있자니 색깔에 관심이 깊어졌다. 예쁜 스킨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까 기대했지만 별 도움은 되지 못했다. 색을 보고 느끼는 무언가를 적은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작은 제목 <모든 색에는 이름이 있다>대로 색깔 이름에 대한 문화사다. 모두 75가지 색이름이 나온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 많다. 미술이나 디자인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모두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지은이는 '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여성 의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는데 서문 다음에 바로 이어지는 부분은 의학이나 과학책처럼 느껴진다.
물리를 배운 사람은 누구나 알고 있다. 색은 빛에서 나온다. 토마토는 다른 가시광선은 흡수하고 붉은빛은 반사해서 붉게 보인다. 이 빛을 보고 토마토색이라 부른다. 인류는 빛깔을 흉내 내기 위해 돌을 갈고, 뿌리나 열매를 찌고, 잎을 빻고 다려서 색깔을 만들었지만 늘 부족했다. 어쩌면 빛을 색으로 표현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빛은 더할수록 밝아지고 색은 더할수록 어두워진다.
컴퓨터는 빛깔을 #FFFF00과 같이 빨강, 녹색, 파랑이 섞인 정도를 숫자(16진법)로 써서 구분한다. 여러분은 몇 가지나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가? (색이름 알아보기 )
색에 관심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다지 관심이 없는 이에게도 재미있게 들릴 이야기가 많다. 날마다 '이거 무슨 색이야?'고 묻는 어린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인디고'는 어떻게 노동자의 색이 되었을까?
로마 최고 부유층은 1파운드당 20데나리온에 인디고를 수입했는데, 이는 일일 노임의 15배나 되는 금액이었다. .... 1524년 스페인이 과테말라를 정복하자마자 상품화할 규모로 인디고를 대량 생산하여 .......새로운 교역로와 신대륙 및 인도의 노예 착취 및 강제 노동으로 인디고 가격이 떨어졌다. 덕분에 육군은 제복을 인디고로 물들일 수 있었다. ..... 한때, 고급스러움에서 티리안 퍼플과 맞먹던 인디고는 유럽, 일본은 물론 20세기에 칙칙한 파란색 인민복이 자리 잡은 중국에서도 곧 ‘블루 컬러’ 노동 계급의 색으로 자리 잡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뜬금없이 우리나라 색이름도 궁금하다. 빨강, 노랑, 파랑을 레드, 옐로우, 블루로 부른지 이미 오래다. 분명 우리나라도 염료를 만들기 위한 연구와 노력은 있었을 것이다. 흰 무명옷이 아닌 옥색 치마를 입었던 아가씨도 있었으니 말이다. 색이름만 아니라 우리는 수많은 우리말 이름씨를 잃어버렸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책이 출판되고 인정을 받아 많이 팔리는 날이 와야 우리말 이름을 잃어버리지 않고 지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