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영월에 살았다. 영월 볼 것이 참 많은 동네다. 영월고등학교 건너편 명보 아파트에 살았다. 요즘 옛날 사진을 연도별로 정리하고 있다. 영월에서 보낸 일 년을 기록한다.
영월엔 드물긴 하지만 3월에도 눈이 온다. 4월 초에 함박눈이 온 날도 있다. 봄눈은 금새 사라질 눈이라 애틋한 아름다움이 있다.
아들은 내성초등학교, 딸은 내성유치원을 다녔는데 이제 둘 다 고등학생이다. 시골로 애들 데리고 가는 걸 말리는 이들도 있었지만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같이 가길 잘했다. 사진 속 아이들 얼굴엔 천진난만한 웃음이 가득하다. 다 자란 애들이 이제는 초상권 운운하며 블로그에 사진을 못 올리게 한다.
주말마다 열심히 산과 들로 놀러 다녔다. 10분이면 다다르는 금강정에 나가 벚꽃 구경을 했다. 뒷산인 봉래산엔 별마로천문대가 있다. 천문대장은 영월이 가장 어두운 동네라 별을 잘 볼 수 있어서 천문대를 세웠다고 말씀하셨다. 심심해서 봉래산 꼭대기까지 자전거로 오른 날도 있다. 봉래산 정상 아래 숲에서 우리 가족끼리만 캠핑하던 날도 있다. 고씨 동굴 앞에 있던 작은 놀이동산이 에버랜드만큼 좋았다.
모든 지난 것은 아름답다고 했던가! 아파트가 좁아서 작은 방에 온식구가 나란히 누워 두런두런 이야길 나누다 잠들던 시절도 이젠 다시 돌아가고 싶은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영월에는 단종의 묘인 장릉이 있다. 해마다 단종을 기리는 단종제가 열린다. 조선 시대 왕 가운데 제사를 가장 잘 모시는 왕이 아닐까 싶다. 4월이면 장례가 축제처럼 벌어진다. 장례 행렬에는 업체에서 나온 사람보다 읍내 고등학생들이 더 많다. 관광객도 참가할 수 있다. 좀 우습지만 해마다 고등학생 가운데 단종도 뽑고 단종비도 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