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어 놓으면 저절로 일기가 된다. 이때는 영월 상동에 살았는데 주말을 맞아 동해로 나들이 갔다 돌아오는 길에 들렀다. 모처럼 갔는데 비가 내려서 절경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 시절 오마이뉴스가 운영하던 오마이블로그(오블)에 올렸던 사진들이다. 아마 일기도 같이 썼을 것이다. 2018년 오블은 갑작스럽게 문을 닫아서 더는 볼 수 없다. 다시 생각해도 오마이뉴스는 무책임하다. 무려 십 년 가까운 세월 열심히 올렸던 글과 사진이 쓸모없게 돼버렸다. 오마이뉴스는 가끔 블로그 글을 기사로 실어주고 원고료까지 챙겨 주어서 원망은 덜하다.^^
블로그를 잃고 디지털 유랑민이 되어 새로운 둥지를 탐색하다 티스토리를 만났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당시에 초대장이 필요했다. 기존 티스토리 블로거에게 초대장을 부탁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 티스토리를 선택했다. 오블과 마찬가지로 태터툴즈를 기반이라 백업받은 자료를 쉽게 옮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은 불가능했다. 비슷한 시기에 티스토리로 넘어오신 오블 이웃(이 풍진 세상에)님도 계신다. 가끔 후회를 한다. 개나 소나 다 있다는 네이버에 둥지를 틀걸 그랬다. 설마 카카오가 갑자기 티스토리를 없애진 않겠지? 다음 검색을 열심히 해서 다음을 키워야 하나? 다행히 아직까지 티스토리는 살아있다.
블로그 서비스를 끝내면 수많은 이들이 공들여 쓴 일기가 사라진다. 작은 역사책을 불태우는 일이다. 제발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티스토리여 영원하라.
나이 탓인가 자꾸 옛날이야기 많이 한다. 문화재 가운데 죽서루와 같은 건축물이 좋다. 박물관에 갇혀 있지 않아 누구나 또 아무 때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스케치를 즐기는데 조만간 그려봐야겠다. 죽서루는 관동팔경 가운데 하나로 송강 정철이 쓴 '관동별곡'에 나온다. 워낙 많은 문인이 좋다고 노래하니 정조 임금도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김홍도를 보내 죽서루를 그려 오게 하고는 그림을 보고 시를 지은 시가 있다. 붉은 소매 끝동엔 나오지 않는 이야기다.
彫石鐫崖寄一樓 樓邊滄海海邊鷗 竹西太守誰家子 滿載紅粧卜夜遊
조석전애기일루 누변창해해변구 죽서태수수가자 만재홍장복야유
돌 다듬고 절벽 쪼아 세운 누각 하나/ 누각 옆은 바다이고 바다에는 갈매기 노네/ 죽서루가 있는 고을의 태수는 어느집 아들인가/ 미녀들 가득 싣고 밤 새워 뱃놀이 하는 구나
정조대왕
뭔가 보고가 잘못되었다. 누각 옆은 바다가 아니고 강이다. 미녀들 가득 싣고 밤 새워 뱃놀이라니 탐관오리가 분명하다.^^
비 오는 날, 사진은 잘 안 나와도 사람이 없으니 찍기는 편하다.
眞진珠쥬館관 竹듁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나린 믈이 太태白백山산 그림재를 東동海해로 다마 가니, 찰하리 漢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한하고 風풍景경이 못 슬믜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객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랄 띄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향하살가, 仙션人인을 차자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송강 정철(松江 鄭澈, 1536~1593년)은 「관동별곡」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