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에 해돋이 명소로 알려진 곳은 많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추암해변 해돋이를 가장 많이 보았을 것이다. 애국가 영상에 추암해변 촛대바위 위로 해가 떠오르는 장면이 나왔기 때문이다.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 애국가를 몇 번이나 들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 선수가 금메달 따도 영상을 볼일은 없겠지. 옛날엔 방송 끝날 때 나오는 애국가 영상을 종종 보았는데 요즘은 그것 마저도 나오지 않아서 애국가 영상을 좀처럼 보기 어렵다. 새로 만들어서 빠졌는지 여부는 확인해 보지 않았다. 아무튼 옛날 버전에는 추암 촛대바위 해돋이가 나왔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서해보다 동해가 좋고 여름보다 겨울 바다가 더 좋다. 아주 춥고 맑은 겨울날 바다 빛깔은 짙푸르다 못해 검은빛이 감돈다. 잔뜩 흐린 먹구름 때문에 검게 된 바다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다스럽다. 검은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는 눈이 부시도록 희다.
겨울날 추암에 간다면 먼저 조각공원을 살짝 둘러본 다음 바다 가까운 카페에서 커피나 차를 한잔 마시며 창 너머로 바다를 살핀다. 아이스크림을 먹어도 좋다. 부서지는 파도가 맘에 든다면 절벽을 따라 난 산책로를 걸어 보자. 촛대 바위는 전망대에서 내려다봐도 좋고 앞이나 옆에서 봐도 좋다. 여기서 해돋이를 보려면 망상쯤에 숙소를 잡는 것이 좋을 것이다. 추암은 동해와 삼척 경계에 있어서 사람마다 지명을 다르게 부르는데 정확한 주소는 동해시 추암이다. 아무려면 어떠냐 싶지만 동해와 삼척 사람 사이에는 제법 경쟁심이 강하다.
중간에 만나는 작은 집은 1361년(공민왕 10) 삼척 심 씨 시조인 심동로가 벼슬을 버리고 내려와 처음 짓고 후학 양성과 풍월로 지내던 곳이라고 안내판에 적혀 있다. 후학 양성은 몰라도 풍월을 즐기기엔 딱인 곳이다.
능파대: 凌波臺
千仞稜層鏤積氷: 천인능층루적빙 / 천길 절벽은 얼음을 치쌓듯
雲斤雷斧想登登: 운근뇌부상등등 / 하늘나라 도끼로 만들었던가
散蹄欲駐奔淵騏: 산제욕주분연기 / 부딪히는 물결은 광류처럼 쏟아지니
褰噣警看浴海鵬: 건주경간욕해붕 / 해붕이 목욕하는 듯한 이 광경 말로는 못하겠네
順浪高吟思謝傳: 순랑고음사사전 / 잔잔한 물결은 사전의 시문 같고
觀濤寄筆憶林乘: 관도기필억림승 / 거센 파도에서 임승의 시를 연상케 한다
蓬山此去無多路: 봉산차거무다로 / 선계로 가는 길이 훤히 트이었으나
却恐凌波到不能: 각공능파도불능 / 물결이 두려워 갈 수가 없다
-이식(李植, 1584~1647, 조선 선조, 인조 때 한문학 문장가)
강릉과 삼척을 오가는 바다열차도 있으니 추암을 즐기는 방법은 한둘이 아니다. 가까운 곳에 황영조 마을로 유명한 궁촌과 용화를 오가는 레일바이크를 타볼 수도 있다. 요즘 애들은 황영조를 알랑가 모르겠고 겨울엔 좀 춥지만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사진을 찍은 때는 2013. 1. 28. 강산도 변할 수 있는 세월이지만 바다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찾아보니 바다 열차는 디자인도 바뀌고 시각도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