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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와 잡담

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

글: 논어일기 2022.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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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영화 시사회를 보았다. 고영재 감독이 만든 독립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이다. 이제 아는 사람만 아는 가수 정태춘이 걸어온 발자취를 더듬는 영화다.

감독 고영재 님과 가수 정태춘 님

1989년 새내기 대학생으로 유치한 낭만을 즐기던 어느 날 뜬금없이 수업을 빼먹고 남이섬을 찾았다. 친구가 텐트를 샀다는 말에 아무런 계획도 없이 떠난 여행이었다. 그 시절에도 남이섬은 이름난 관광지였지만 해가 지고 난 다음 캠핑을 하는 이들을 거의 없었다. 기타를 치며 놀던 우리 텐트를 찾은 이가 '북한강에서'를 불렀다. 세상에 이런 노래가 있구나! 소주 몇 잔에 노래 몇 곡을 부르고 떠난 사람 때문에 정태춘을 알고 사랑하게 되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 '시인의 마을', '떠나가는 배', '촛불'을 찾아서 부르고 '탁발승의 새벽 노래'도 악보를 구해서 기타를 치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에서 열린 '누렁송아지' 공연을 보고 정태춘이 이른바 운동권임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 오랫동안 팬이 되었다. 쇳소리처럼 앙칼진 외침보다 서정적인 낮고 굵은 외침이 더 짙은 호소력을 발휘한다고 느꼈다.

그 후로 정태춘은 방송이 아닌 집회 현장에서 만났다. 박근혜 퇴진을 외치던 광장에서 '1992년 장마, 종로에서'를 부르는 그를 보면서 가슴 뭉클했었다. 세상이 좋아져서 그가 다시 서정시를 쓰고 노래했으면 좋겠다. 음반 사전검열에 맞서 싸우고 마침내 자유를 쟁취한 일도 결국은 정태춘 님이 해낸 일임을 알게 되었다. 오늘 영화를 보고 돌아오며 생각했다. 세상을 바꾸겠다고 소리치던 대학생은 많았으나 끝까지 변절하지 않은 이들은 매우 적다.

온갖 이론으로 무장한 이들이 떠난 자리는 몸으로 맞서서 싸우던 이들이 채우고 있다. 입으로 외쳐서는 결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영화에는 광주 공연에서 글을 읽는 정태춘을 향해 '당신의 이념을 들으러 오지 않았다'며 소리치며 자리를 뜨는 관객이 나온다. 무식하면 무례를 모른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죽었지만 아직도 박탈하지 못한 훈장이 너무 많다. 급기야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대통령 당선자가 5월 10일 취임을 한다. 영화는 5월 18일에 개봉한다. 창작 표현의 자유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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