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학부모에게 시달리던 서이초 선생님이 유명을 달리한 다음 온갖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오래된 문제를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소리로 들린다. 내가 일하는 학교만 하더라도 교사에게 욕설을 해대는 **이가 있다. 나쁜 말로 표현하면 지난해 있었던 개망나니의 똘마니이다.
전해 들은 말에 따르면 **이가 얼마 전에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식판을 치우지 않고 그냥 나가버렸다고 한다. 급식 지도하던 교사가 따라가 지적을 해도 막무가내로 그냥 자리를 떴다고 한다. 이럴 때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한 달쯤 전에 **이가 교사에게 욕을 한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렸다. 옛날엔 바로 퇴학 처분이 내려졌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아니다. 중학교는 의무교육이라 퇴학을 시킬 수 없다. 처음이기 때문에 권고 전학도 불가능하다. 결국 출석정지 3일을 결정했다. 이미 다른 여러 건의 학교폭력 사건으로 신고되었음에도 말이다. 학교를 건성으로 다니는 아이에게 출석정지가 벌이 될 까닭이 없다.
직접 교사에게 욕설을 하는 학생은 드물지만 교사 앞에서 쌍욕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학생은 아주 흔하다. 욕하는 것을 지적하면 선생님에게 한 것이 아니니 상관하지 말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어이없지만 그냥 화를 삭이며 지나친다. 교육 불가한 자를 가르치려고 하지 말자는 공자님 말씀을 되새기면서....
이 정권에 제대로 된 대책을 기대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내놓는 대책을 보니 학생인권조례를 없애고 교권 침해를 생활기록부에 기록한다는 것이 있다. 나는 교사로서 쌍팔년도처럼 애들을 때리고 벌주어야 지킬 수 있는 교권을 바라지 않는다. 요즘 작은 다툼으로 벌어진 학교폭력 사건도 좀처럼 조정하기 힘들다. 생기부에 사안이 기록되기 때문에 대부분 끝까지 간다. 아예 학폭 사건을 찾아다니며 소송을 부추기는 변호사도 있다. 그런데 교권 침해까지 생기부에 기록한다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교권을 침해당한 교사는 소송에 휘말려 겪을 고통이 두려워 아예 침해 사실을 신고하지 않을 수도 있다.
교사로서 개인적인 바람을 적는다. 학교는 배우고 익히는 장이어야 한다. 학교는 탁아소로 아니다. 경찰서로 가야 할 범죄자나 병원에서 치료가 필요한 아이까지 모아두고 서로에게 해를 끼치면 안 된다. 공부는 학원에서 하고 학교는 그냥 졸업장 때문에 다닌다는 조롱도 지겹게 들었다. 요즘 출석으로 인정하는 교외체험학습과 학업중단숙려제가 있어서 좀처럼 출석일수 미달로 유급되지 않는다. 어떤 학생은 한 학기 동안 한 시간만 출석했지만 진급했다. 수업도 듣지 않고 시험도 치르지 않아도 진급하고 졸업할 수 있다.
교사에게 진정한 평가권을 주는 것이 내가 원하는 유일한 대책이다. 학생을 체벌할 권한따위는 바라지 않는다. 학생부에 교권 침해를 기록할 권한보다 학생부에 아무것도 쓰지 않을 권한을 바란다. 제발 나쁜 짓만 골라서 한 학생까지 좋은 점을 찾아내 기록해야 한다는 학교생활기록부 지침부터 없애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