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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와 잡담

왕관을 쓰려는 자

글: 논어일기 2023.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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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왕이 쓰는 왕관은 2.23kg이라고 하니 제법 무게가 나간다. 고분에서 출토된 왕관도 화려하지만 평상시에 쓰고 다니기엔 너무 무거운 것이 대부분이다. 옛날 조선시대 궁에 있는 지체 높은 여인은 무거운 가짜 머리를 이고 사느라 꽤나 고생했다고 전해진다. 화려한 삶을 누리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저마다 견뎌내야 할 삶의 무게가 있다.

One who wants to wear the crown, bear the crown.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셰익스피어

드라마에도 등장한 귀에 착 감기는 아주 널리 알려진 말이다. 모든 경구가 그러하듯 이 문구도 지키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특히 이번 정권의 책임자들은 자리만 탐할 뿐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한다. 이제 인사청문회에서 쪽팔림을 감수하면서 버티면 그냥 장관으로 임명된다. 

어떤 공직을 제안받으면 자기 삶을 되돌아보고 과연 그 자리에 걸맞은 자격을 갖추었는가 따져보고 자신이 왕관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가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 여가부와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자격도 없는 주제에 무슨 용기로 제안을 수락했을까 궁금하다. 요즘 잘 나가는 연예인도 중학교 때 저지른 학폭으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가 아주 많다. 하물며 나라를 이끌어가는 장관 자리에 나서는 사람이 자기 관리를 저렇게 엉망으로 했다면 낯이 부끄러워 감히 나서지 못해야 정상이다.

법을 지키지도 않는 삶을 살다가 몰라서 그랬다는 핑계를 대는 대법관 후보자는 어떤가! 대통령 친구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고 생각한 것일까? 추천한 자나 덥석 받아들인 자나 뭐라고 덧붙일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같은 장관이라도 대통령과 가까운 정도에 따라 거취가 결정된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멀쩡하게 자리를 보전하고 있으나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쫓겨났다.

세상에 나가 큰 자리를 맡아 일하고 싶은 이라면 논어를 읽어라. 이인편 14장에 나오는 말을 전하고 싶다.

子曰 不患無位 患所以立 不患莫己知 求爲可知也

자왈 불환무위 환소이립 불환막기지 구위가지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지위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무엇을 가지고 설 것인가를 걱정하라. 사람들이 자기를 알지 못함을 걱정하지 말고, 참으로 알려질 수 있기를 구하라."

지위가 없음을 걱정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지위에 걸맞은 실력을 쌓으려 노력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력을 기르고 있어야 기회가 왔을 때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카이로스(Kairos)는 기회의 신이다. 앞에는 머리카락이 있어서 기회를 만났을 때 쉽게 잡을 수 있고 기회가 지나간 다음에는 뒤에 머리카락이 없어 잡을 수 없다. 기회는 날개가 있어 순식간에 왔다가 가버린다. 따라서 준비된 사람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군자는 자신에게 있는 것을 구할 뿐이다. -장이천


준비하지 못했다면 제발 나서지 마라. 특히 재물을 탐하며 살았다면 절대로 공직에 나서지 마라. 공직은 돈을 버는 자리가 아니다. 법무장관 한동훈은 제발 인사 검증 좀 제대로 하자. 자리는 탐나는데 주식을 백지신탁하기는 싫어서 소송을 벌이는 자들이 공직에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깐족대기만 잘하고 정작 맡은 일은 제대로 못한다. 차라리 아이돌 기획사에 장관 후보자 인사 검증을 맡기는 것이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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