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입대해서 29개월을 군인 아저씨로 살았다. 성탄절 가까울 무렵에 국군 장병 아저씨께로 시작하는 위문편지도 받아 보았다. 초등학생이 쓴 어설픈 편지였다. 누구나 여고생이 쓴 편지를 더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지금 생각하면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일이지만 그때는 그랬다. 과자를 모아 담은 종합 선물세트도 받았다. 기분이 나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슨 위로가 되지도 않았다. 조롱까지는 아니지만 귀찮은데 쓰라고 강제해서 쓴다는 편지도 있었다.
아직까지 위문편지가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휴대폰으로 에스엔에스를 즐기는 시절에 위문편지라니 우습지 않은가 말이다. 군인 무슨 불우이웃도 아닌데 봉사활동이라니 더욱 우습다. 하긴 몇 해 전까지도 연말이 되면 행정실에서 국군장병 위문금을 내라는 메시지를 보내곤 했다. 다들 그렇듯이 아무 생각 없이 내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국방의 의무를 다한 내가 왜 위문금까지 내야 하냐는 삐딱한 마음이 생겨서 내지 않았다. 신성한 의무를 수행하는 군인은 위로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존경해야 할 대상이다. 복무 기간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챙겨 주어야 한다. 제대하고 복학할 때 등록금 정도는 챙겨주는 것이 좋겠다.
사진을 첨부하려고 찾아보니 유탄발사기가 보인다. 엠 16처럼 보이는데 개머리판이 다르다. 때아닌 멸공 논란에 이어 위문편지까지 시대착오가 유행인 시절이다.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아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인 2013년에도 쓴 위문편지가 있다. 그런데 아저씨 이름이 써 있는 걸로 보아 학교에서 대상자를 정해준 모양이다. 김성현 아저씨가 좋아했을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