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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 원주가 고향이다. 어린 시절엔 셋방살이하면서 이사를 참 많이 다녔다. 원주 안에서 어디가 고향이라고 꼬집어 말하기 어렵다. 냉정하게 말하면 자기 집이 없이 떠도는 이에겐 고향도 없다. 초중고를 다닐 때 살던 마을 전체가 재개발된다. 이곳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나 향수를 느끼지는 않지만 내 어린 시절을 추억할 집과 동네가 모두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아쉽다.
단구동 12통 5반 530번지. 군부대를 끼고 있어 좀처럼 개발되지 않은 동네다. 아직도 동네를 지키며 사는 친구가 있어 가끔 들른다. 단칸방이지만 작은 다락방이 있는 집에 살 때 제일 좋았다. 지금 보면 저 좁은 곳에서 여섯 식구가 어떻게 같이 살았나 싶다. 가난한 삶 속에서도 간직하고 싶은 즐거운 추억이 많다면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동네 집들은 모두 사라지고 내년 이맘 때는 아파트만 가득할 것이다. 그래도 이곳을 고향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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